<aside> 💡 “채식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완전해야 할 것만 같은 느낌이 들어요. 어렵고, 힘들고, 먹을 게 있나 싶고, 시작보다 걱정이 앞서고는 하지요. 완벽하지 않아도 좋습니다. 허술하면 어떤가요. 저도 매 순간 구멍 한두 개씩은 달고 다니거든요. 시도했다는 사실 자체가 멋진 일 아닐까요? 세상을 사랑하는 마음과 지속 가능한 삶을 응원하며, 그런 세상을 살아가고 싶다는 마음만 챙겨와주세요. 우리 멋지게 실패하고 또 실패하면서 살아요. 찬란하게 피어나고 찬란하게 지는 시간을 살아요.” <할머니와 나의 사계절 요리학교> 중에서
할머니의 지혜와 밥을 짓는 예하 작가의 책에는 채식을 응원하는 잔잔한 위로가 나옵니다. 못난이 농산물을 통해서 어렵지 않은 채식을 시도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또 못난이 농산물 소비가 왜 중요한지 같이 알아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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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못난이 농산물이란 농산물 표준규격에서 벗어난 등급 외 농산물을 가리킨다. 맛과 영양소는 일반 농산물과 큰 차이가 없지만, 모양·크기·중량 등이 시장 기준에 미달해 유통되지 못하는 농산물이다. 영어로는 Ghost Produce(유령 작물), Ourtgrader(등급 외 작물)이라고 불린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 한국협회가 2021년 10월 발표한 국제기구 농수산동향 모니터링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생산되는 식품의 14%가 수확에서 소매에 이르는 과정에서 손실되고 있다. 모양, 색깔, 크기 등이 규격에 맞지 않아 버려지는 못난이 농산물은 국내 전체 생산량의 10~30% 정도다. 최대 5조원 규모의 농산물은 매년 폐기된다. 농산물이 땅속에서 썩으면서 토양을 오염시킨다. 메탄 등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이를 길러낸 노동력과 토지, 물, 에너지가 낭비되고, 폐기된 농산물은 환경을 오염시키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모양이 예쁘지 않다는 이유로 상품성이 떨어진 농산물은 맛과 영양에는 변함이 없다. 오히려 유기농인 경우에는 모양은 변변치 않지만 더 무해하다. 정한석 예스어스 대표는 못난이 농산물이 실제로 환경에 어떤 도움을 주는지 데이터계산을 하기 위해 연구중이라 밝혔다.
못난이 농산물 소비가 실제로 환경에 어떤 도움을 주나요.
“판로가 마땅치 않으면 결국 밭을 갈아엎는 게 현실입니다. 과수원 같은 경우는 과일이 땅에 떨어져 썩고, 나무가 죽도록 그냥 내버려둡니다. 그런데 이 작물들이 썩으면서 탄소가 배출돼요. 못난이 농산물 1g이 폐기되는 과정에서 평균 1.65g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합니다. 더 정확한 배출량, 예를 들어 ‘당근 1개가 버려졌을 때 나오는 탄소 배출량’을 계산하기 위해 연구 중입니다.”
못난이 농산물을 소비하는 일이 개념소비로 일컫어지면서, 푸드 리퍼브라는 트렌드가 유행하고 있다. 푸드 리퍼브는 음식을 뜻하는 푸드(food)와 리퍼비시드(Refurbished·재공급품)의 합성어로 농산물 재활용을 의미한다.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외관으로 상품 가치를 잃은 식품을 적극 구매하거나, 그 농산물을 활용해 새 식품 혹은 제품으로 재탄생시키는 트렌드를 뜻한다. 이또한 친환경 가치소비의 카테고리에 포함된다.
못난이 농산물을 모아서 판매하는 플랫폼이 있는 반면, 어글리 시크처럼 유기농으로 재배해 품질은 좋지만 상처가 있는 탓에 버려지는 못난이 농산물을 업사이클링하는 단체도 있다. 이곳은 못난이 농산물의 가치를 ‘그냥 나답게’ 있는 그대로 보자는 브랜드 철학을 가지고 있다.
못난이 농산물은 다른 제품으로 재탄생 되거나, 소비자에게 더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되는 이중 판로가 형성되고 있다.